나의 자서전 샘플4

저서전 샘플2 (201500)

일상. 제각각이다. 생각을 조금만 해보면 그 속에서 깨닫는 바가 있을 테고, 나 또한 그렇다. 누구나 몇 번 쯤 겪을 법한 평범하지 않은 일들에서 느끼게 된 것도 있다.

201428. 졸업식이 끝난 바로 다음날. 한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 예전부터 큰 병을 앓고 있었단 걸 알았지만 진짜로 가게 되니 너무나 슬펐다. 더군다나 내게 그 소식을 전한 사람은 그의 동생. 카카오톡으로 처음 받았을 때는 내가 당신 누구냐면서, 뭔데 사람 죽었다고 난리를 피우냐고, 장난치지 말라고 화를 냈다. 정체를 모르니 욕과 거친 말은 안 했지만. 그런데 어느 순간 싸해지는 느낌이 왔고, 머리가 멍해졌다. 그리고는 물었다.

진짜야?” / “응 진짜야.”

전화번호 줘봐, 지금 말하고 있는 네 거” /…

여보세요?” / 눈물이 났다. / “.”

변성기가 오기도 전인 어린 남자의 목소리였다. 목이 확 메여왔다.

진짜 죽었어?” / ‘죽었까지 나오고 울음이 터졌다.

응 진짜라니까

어딘가 담담하게 들리는 목소리. 내가 이런데 이 어린 아이는 심정이 어땠을까 순간적으로 뇌리에 스쳐갔고, 울음이 쏟아졌다.

나는 알았어하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은 자리에서 핸드폰을 옆에 내려놓고 5분을 울었다. 정말 오랜만에 서럽게 울었다. 이 만큼 울었던 날이, 이 때 만큼 슬펐던 날이 있었을까.

지금도 그렇지만, 남들 앞에서 슬퍼 보이는 걸 너무나 싫어했다. 얼굴에선 표가 났겠으나 소리 만큼은 감출 수 있을 자신이 있었다. 정확히 기억한다. 무한도전에서 프로파일러 특집을 하고 있을 때였다. 쟁반 짜장 두 개와 탕수육을 시켜 거실에서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러던 내가 급하게 방으로 들어갔다가 나왔다. 얼굴에선 슬픔을 분출했던 흔적이 보였을 것이다. 그 얼굴로 한 말이

□□이 죽었대.”

절대 눈물 보이지 않기로 다짐하고 나갔는데 몸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나머지 방에서와 같은 행동을 하고야 말았다. 언제 죽었냐고 묻기에

오늘 아침 10시래

통곡이 뭔지 몸소 알았다.

지금 장례식장 갈래?”

끄덕였다. 곧 추슬렀고 애들을 불러 아빠까지 합쳐 차에 7명 여가 탔다. 비가 왔었다. 차라리 그래서 다행이었다. 날씨가 멀쩡했으면 오히려 배로 슬플 뻔 했다.

가면서 멍 때렸다. 장례식장에서도 멍 때렸다. 다 울고 들어가서 눈물이 나지 않았다. 들어오는 반 아이들의 대부분은 울었다.

졸업식 다음날 아침에 꿈을 꿨었다. 난 개인적인 일로 인해 슬퍼하며 앉아있었는데 덩치가 조금 큰 누군가가 오더니 날 지켜보는 듯 섰다가 이윽고 터벅터벅 돌아갔다. 그 사람이 혹시 그 친구가 아니었나 싶다.

많이 후회했다. 폐암 3기란 걸 알면서도, 학교에 제대로 나오지도 못하는 걸 알면서도 따로 자주 연락하지도, 만나지도 않았다. 나중에 그의 아빠의 얘기를 들어보니 암이 너무나 빨리 퍼져서 폐 하나를 통째로 잘라내고, 남은 폐의 1/4 정도마저 잘랐지만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고 했다. 좀 웃기지만 있을 때 잘해란 말이 명언처럼 보였다. 지금에 와서도 후회하고 있다. 내가 왜 그랬을까.

난 너무 어중간하게 살아왔다. 뭐 할 줄 아는 게 없다. 확실히 해놓은 것도 없다. 해야 할 일이라면 일체의 고민 없이 바로 행해야 함에도 귀찮다며 미뤘다.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의 정기고사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과제를 그렇게 대했다.

그에게도 그랬다. ‘만나야지라며 그와 나를 포함한 친한 친구들의 모임에서 실컷 말해놓고서, ‘보고 싶다고 해놓고서 언젠간 만나겠지란 생각도 없이 그저 가만히 있었다. 상황의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 뭔가 닥쳐와야만 긴장을 하고 그렇지 않은 모든 상황에선 긴장을 거의 안 하는 편이라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핑계를 대고자 말하는 바는 아니다. 문장에서 드러나지는 않지만, 쓰면서 자책하고 있다. 난 한심한 인간 아닌가, 하고. 내용을 쭉 읽어보니 내가 쓰레기만한 행동을 했단 게 보인다.

여기서 깨달은 바가 없다면 정말 말 그대로 생물로서의 가치가 없는 존재일 것이다. 당연히 느낀 점이 있다.

당장 옆에 있는 사람은 자신의 소중한 인연이다. 잘 대해줘야 한다. 시간을 잘 쓸 줄 알아야 한다. 모든 일을 처리하고서 그와 목소리로라도 만날 시간을 낼 줄 알아야한다. 시간을 잘 쓰는 것은 비단 여기에만 필요한 능력이 아니다. 수많은 대단한 인물들은 시간이 홀로 흘러가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대부분의 성공은 시간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달렸다. 금전적인 면을 당연히 포함해 상당히 많은 일에 적용되는 법칙이다. 시험을 잘 보는 일, 질 좋은 여유 시간을 내는 일, 사람 대 사람의 온정을 나누는 일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마지막으로, 내가 제대로 챙겨주지도 못한 그 친구에게, 날 보며 친구가 아니라고 매몰차게 소리쳐도 내가 할 말 없는 그 친구에게, 과제 하나 한답시고 팔아먹은 듯해 너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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