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관련 참고기사4-행복하고 싶나요

행복하고 싶나요

 

과학적 데이터로 밝혀낸 행복 결정 요소… 유전적 소인 깊은 영향, 외모 · 지능은 무관

 

최근 ‘행복’(happiness)에 관한 과학적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1999년에 시작돼 2001년까지 진행된 국제규모의 한 연구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답한 사람들은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국민들이었다. 다음은 멕시코, 베네수엘라 순으로 중남미쪽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높았다. 행복지수가 가장 낮은 곳은 이전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한 동유럽이었다. 그 밖에 일본은 20위권, 미국은 16위로 나타났다. 한 국가의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면담과 설문을 바탕으로 조사되었다. 물론 사람이 행복감을 느끼는 기분은 시시때때로 변하기에 그 순위는 많은 논쟁거리를 내포하고 있다. 요즘 선진국들은 국민총생산량(GNP)보다는 국민총행복량(GNH)을 높이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삶의 질’이 자주 이야기되는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다.

행복지수 알려면 할아버지를 살펴라

그렇다면 과학적으로 행복에 관한 기준을 마련할 수 있을까. 최근 개인의 행복감을 결정하는 가장 주요한 10가지 요소가 방대한 실증적 연구로 조사됐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유전적 소인으로 나타났다. 행동유전학자인 미네소타 대학의 데이비드 리켄은 사람의 행복을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행복감과 자기 스스로 내부적으로 결정되는 행복감으로 구별했다. 만일 승진이나 내 집 마련 등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행복이라면 거의 90%가 유전적으로 결정된다. 특히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내부적 행복요소는 할아버지의 유전적 영향이 훨씬 크다. 어떤 일에 얼마나 행복을 느끼는지를 할아버지의 유전자로부터 명령받는 셈이다. 여기에서 아버지는 자식을 어떻게 교육시키는가에 따라 유전적 요소를 강화시키기도 하고, 약화시키기도 하는 구실을 한다.

유전적 소인의 중요성을 밝힌 연구는 미네소타주에서 약 60년 동안 출생한 4천쌍의 쌍둥이를 대상으로 이뤄진 연구결과다. 조사결과 쌍둥이들의 행복지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유전적 소인이 50% 정도이고 수입이나 결혼생활(배우자 포함), 종교, 학벌이 행복한 삶에 미치는 영향은 약 3%에 지나지 않았다. 또 외향적인 사람이 내성적인 사람보다 행복감을 더 높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밝고 활기찬 환경에 있는 사람이 훨씬 더 사회적으로 잘 적응하고 사교적인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자식에게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을 물려주려면, 배우자도 중요하지만 장인이나 시아버지가 될 사람의 생활태도를 중요한 잣대로 삼아야 할지 모른다.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는 결혼 여부다. 행복한 사람이 결혼을 하게 되는지, 결혼을 하면 행복하게 되는지는 불명확하다. 하지만 독신남녀가 느끼는 행복지수보다 기혼자들의 행복지수가 항상 더 높게 나온다. 15년간 3만여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밝은 성격의 처녀총각이 더 많은 비율로 결혼을 하고 더 오래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스스로 크게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한 사람들일수록 결혼 뒤에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법률적 구속력이 없는 동거인들간의 행복지수는 구속력이 있는 결혼보다 못하다는 것이다. 이는 언제든지 쉽게 헤어질 수 있는 사실로 인한 무의식적 불안감이 주된 원인으로 여겨진다.

행복을 위해서는 친구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조사에서 인도 최하층의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인도의 대학생들이 느끼는 정도와 크게 다르지 않게 나타났다. 비록 물질적 환경은 열악하더라도 그들 특유의 강한 유대관계, 가족관계를 통해 큰 기쁨을 얻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미국의 노숙자들은 인도의 최하층 사람들보다 물질적으로 나은 환경에 있지만 행복지수는 형편없이 낮았다. 욕심을 버리는 것도 행복에 깊은 영향을 끼친다. 예컨대 ‘좋은 삶을 위해 자신에게 필요한 사항’을 꼽은 내용을 보면, 부유하고 급료가 높은 사람일수록 적어낸 사항이나 그것을 얻기 위한 총비용이 많았다. 즉, 많이 가질수록 행복 목표가 더 높았다. 따라서 욕구를 적절히 한정하지 않는다면, 목표에 다가갈수록 역설적이게도 자신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행복의 목표는 더 멀어지는 셈이다.

행복을 바라거든 남에게 선행을 베푸는 게 좋다. 한 사회행동학 관련 저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행복하다고 스스로 믿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자선활동이나 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실제로 자선활동이나 자원봉사가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이 여러 실험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남과 외모를 비교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예쁘고 잘생긴 사람이 분명히 조금이라도 더 나은 위치에 있는 것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마찬가지다. 잘생긴 것은 좀더 나은 유전적 혜택을 받은 것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좌우대칭이 잘 맞는 미남미녀는 면역 시스템에서도 더 낫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제 평가받고 있는 수준보다 자신을 더 낮게 평가한다. 예컨대 대부분의 여자들은 살을 더 빼야 한다고 생각하고, 남자들은 자신의 몸매가 볼품없다고 판단한다. 미주리-콜럼비아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일반적인 여자들은 잡지에 나온 모델사진을 1, 2분 정도만 쳐다봐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런데 잡지에 나온 멋진 사진들은 포토숍 등으로 인공적으로 가공한 비현실적인 게 대부분이다.

욕심은 버리고 남과 비교하지 말라

물론 돈도 빼놓을 수 없는 행복의 요소다. 돈이 없는 상황에서 돈이 생기면 행복지수는 보통 증가한다. 그러나 돈과 행복과의 연관은 매우 복잡하다. 단순히 돈이 더 생긴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주위 사람들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부유할 경우에 행복은 더 증가된다. 예컨대 어떤 부서에서 보너스를 주는데 모두에게 100만원씩 주는 안과 자신에게만 80만원을 주는 안 중 선택하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후자를 선택한다. 수입의 절대치로 본다면 100만원을 받는 것이 좋지만 남들과 비교해서 우월감을 느끼는 것이 더 큰 행복감을 준다. 영국에서 샐러리맨 1만6천명을 상대로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 자신의 봉급이 얼마나 더 오르면 좋겠는지를 조사한 결과 현재의 급여수준보다 5배 정도 더 많은 액수를 제시했다고 한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일반인들이 돈을 더 벌어서 충분히 행복해지려는 전략은 거의 실현 불가능하다.

누구든 행복을 꿈꾸게 마련이다. 하지만 ‘행복의 파랑새’는 벨기에의 극작가 마테를링크가 간파한 것처럼 ‘지금 내 안에 있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자신을 탓할 일도 아니다. ‘머리가 좋지 않다’고 걱정하는 것도 내 안의 행복을 내모는 것이다. 지금까지 행복에 관한 다양한 조사결과가 나왔지만 지능지수(IQ)와 행복감의 연관관계는 파악되지 않았다. 실제로 행복과 관계 있는 지능은 사회적 지능(Social intelligence)이라고 일리노이 대학 심리학자 디너가 밝혔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려 놀 수 있는 충분한 사회적 지능이 행복의 제일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행복에 이르는 데는 절대자의 도움도 필요하다. 그래서 행복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종교를 가지고 노년을 잘 준비할 것을 권한다.

참고자료
Journal of Happiness Studies, http://www.kluweronline.com/issn/1389-4978

조환규 | 부산대 교수 · 컴퓨터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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