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된 독수리 이야기

닭이 된 독수리 이야기

 

인디언들 사이에서 전해져 오는 민화 한 편이 있다. 어떤 인디언 소년이 산에 놀러 갔다. 나무에도 기어오르고 돌멩이를 던지고 소리도 지르고 뛰어 놀다가 나무 위에 있는 독수리 알 하나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소년은 마침 알을 품고 있는 암탉의 둥지 속에 독수리 알을 집어넣었다. 얼마 뒤 병아리들과 함께 새끼 독수리도 껍질을 깨고 부화되어 이 세상에 나왔다. 새끼 독수리는 그저 자신이 병아리라고 늘 생각하고 있었다.자신의 모습 속에서 병아리들과는 다른 모습은 보지 못하고 늘 병아리들만을 바라보며 자랐기 때문에 독수리는 자신도 병아리라고 늘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래서 다른 병아리들이 하는 짓을 따라하며 커가고 있었다. 오히려 자신의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이 자라나자 어디에 쓸모가 있는 지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발톱과 부리로 돌에 찢어 뭉툭하게 만들기도 하였으며, 겨드랑이 밑이 근질거리는 것도 날개가 돋아나려는 것인 줄도 전혀 깨닫지 못한 채 푸념과 불만만 터트렸다. 그렇게 생활하던 어느 날 밤 들쥐 떼가 닭장을 습격해왔다. 닭들은 무서워 어쩔 줄을 모르며 몸을 웅크리면서 몸집이 제일 큰 독수리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닭 한 마리가 독수리에게 이야기하였다. “야! 네가 밥도 제일 많이 먹고 등치도 제일 크니까 한 번 나가서 싸워 봐!” 그러나 쥐 떼를 무서워하는 것은 독수리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발톱과 부리는 닳아지고, 눈망울에도 힘이 하나 없고, 날 수 있는 능력도 잃어버린 독수리는 이미 다른 닭이나 다름없었다. 독수리도 다른 닭들처럼 숨을 곳을 찾으며 무서움에 떨고 있었다. 닭들은 일제히 독수리를 손가락질하면서 미워하였다. “저건 몸이 큰 식충이 일뿐이지, 아무 것도 아니야!”

세월이 흘러 닭장 속의 독수리도 늙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독수리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가을 하늘을 높게 나는 위용 있는 새를 볼 수 있었다. 그 새는 날카로운 부리와 힘있게 움켜쥔 발톱의 힘이 있었고, 바위라도 뚫을 듯 쳐다보는 눈매가 인상적이었으며, 바람 속을 헤집고 날 수 있는 바람을 감싸안는 날개로 가을 창공을 치솟아 오르는 기상을 가지고 있었다. ‘아! 저렇게 멋진 새도 있구나!’ 초라하게 늙은 독수리가 중얼거리다가 친구인 닭이 점잖게 이야기했다. “응, 저건 독수리라는 새란다. 날개 달린 새들 중에서는 왕이지. 그러니까 넌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넌 들쥐한테도 쫓겨다니는 닭이니까 말이야.” 독수리는 이미 자신 속에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는 독수리의 가능성이 있었다는 사실조차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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