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기타, 기억해야 할 것들

3. 기타, 기억해야 할 것들


여기에서는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인용되는 오류들을 정리해 보았다.


 


1) 믿음의 결과에 대한 호소


  “만일 우리가 X를 참이라고 믿지 않는다면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올 것이기 때문에, X는 참이다. (또는 받아들여야 한다, 합리적이다, 신용할 만하다, 괜찮다 등등)” 이와 같이 우리는 믿음이나 불신의 결과에 호소함으로써 어떤 주장을 증명하려 할 때 범하는 것이 ‘믿음의 결과에 대한 호소’라는 오류이다. 


【예문1】


  신은 틀림없이 있다. 왜냐하면 만일 우리 모두가 신이 없다고 믿는다면, 우리들에게는 다른 사람을 착하게 대할 이유가 없어지고, 따라서 세계는 완전히 무법 상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공정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것은 참이다. 왜냐하면 만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믿지 않는다면 우리 삶이 견딜 수 없을 지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예문2】


  나는 핵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만일 내가 핵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다면, 나는 정상적 생활을 누릴 수 없을 것이다. 얼마나 절망스럽겠는가!


 


2) 희망에의 호소


  믿음의 결과에 대한 호소와 밀접하게 관련된 오류로서 어떤 것이 참이기를 바라기 때문에 그것이 참이라고 믿는 것(또는 그것이 참이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에 거짓이라고 믿는 것)이다. 


  “나는 X가 참일 것을 강렬하게 원한다. 그러므로 X는 참이다.” 


【예문】


  나는 사후의 삶이 있기를 아주 강렬하게 희망한다. 그러므로 사후의 삶은 반드시 있다.


  나는 흡연이 치명적인 병의 원인이 된다는 보고를 절대로 믿고 싶지 않다. 그러므로 흡연은 치명적인 병의 원인이 아니다.



3) 거짓 딜레마


  “X와 Y 둘 가운데 하나는 참인데, Y가 참이 아니므로 X는 참이다.(실제로는 X와 Y둘 다 거짓일 수 있는 상황에서 말할 경우)”


  확인할 사항;


  1)X와 Y 둘 다 거짓일 수 있을까?   


  2)정말로 Y가 거짓일까?


 


【예문1】


여당의원; 우리는 내년에 사회복지 예산을 대폭 줄여야 합니다.


야당의원; 이유가 뭔가요?


여당의원; 아 그것은 우리가 사회복지 예산을 대폭 줄이지 않으면 엄청난 재정적자를 면할 수 없기 때문이죠. 이러한 상황은 막아야 하겠지요.


【예문2】   


  안경태; 영심아, 너는 결심을 해야 할거야, 그동안 돈을 털어서 이 오디오를 사든지, 아니면 당분간 음악을 듣지 못하며 지내든지.


 


4) 거짓 반박들


  어떤 주장을 하는 사람이 그 주장을 정말로 믿지 않고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이유 때문에, 또는 그 사람이 과거에 지금 하는 주장을 거부하였다는 이유 때문에 그 사람의 주장을 반박하는 경향이 있다.


【예문】


  “나는 네 주장을 거부한다. 왜냐하면 네 스스로 네 자신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


  “너는 과거에 그 주장을 이미 거부했으니 이제 그 주장을 할 수 없다.”


 


5) 주관주의적 거짓 반증


  “X가 너에겐 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나에겐 참이지 않다.”


예문)


영구; 나는 세상에 이렇게 불행과 고통이 퍼져 있는데 어떻게 전지전능하고 선한 신이 있다고 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


맹구; 그것은 너에게는 참일지도 몰라. 그러나 나에게는 참이 아냐.


 


6) 악은 악으로


  ‘악은 악으로’라는 오류는 A가 B에게 해로운 것을 하는 것이 아주 옳다는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한 오류이다. 이러한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제시되는 거짓 이유는 B가 A에게 똑같은 짓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B가 A에게 X를 할 것이기 때문에, A가 B에게 X를 하는 것은 허용할 수 있다.”


【예문】


  슈퍼마켓에서 나온 맹순이는 점원이 거스름돈을 더 주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녀는 다음처럼 합리화하였다. “만일 내가 점원에게 돈을 초과해서 주었다면, 그 점원도 나에게 초과분을 돌려주지 않았을 거야.”



 7) 관례에의 호소


  ‘악은 악으로’라는 오류의 또 한 가지 형태는 일반적 관례라는 이유에서 잘못된 행동을 옹호하려는 것이다.


【예문】


  70년대 초 미국에서 워터게이트 사건이 일어났을 때, 닉슨 대통령을 변호하는 사람들은 닉슨이 백악관 손님과의 대화를 비밀리에 녹음한 음모에 대하여 이전의 미국 대통령 가운데에도 똑같은 짓을 한 사람들이 여러 명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어 닉슨을 용서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8) 동료들에의 호소 (남따라 장에 가기)


  이 오류는 ‘군중(대중)에의 호소’와 유사한 것으로서 주장의 근거를 동료들에게서 찾을 때 저지르기 쉽다. 꼭 다수의 동료가 아니라도 친구 아무개가 그러니까 자신도 그렇게 주장할 때 범하게 되는 오류이다.


【예문1】


  영구는 자기가 스키장 남쪽의 가파른 루프에 도전할 만한 훌륭한 스키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 고민하고 있다. 영구는 자기에게 그런 실력을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 때 친구 한 명이 영구의 마음을 변하게 만들었다. 그는 “어서 해봐. 우리 중 누가 주저하는 것 봤니?”라고 말했다. 영구는 자기도 친구들만큼 스키 실력이 있고, 친구들도 다 하니 자기도 한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예문2】


  썰렁이와 그의 친구 몇몇은 어떤 맥주가 가장 맛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썰렁이는 하이트맥주를 가장 좋아한다. 그러나 이 말을 하자, 친구들이 썰렁이를 조롱했다. “야, 그 따위 맥주를 입에 대는 사람은 이 지역에서는 아마도 너뿐일걸.” 썰렁이는 주말에 또 다른 손님이 오기 전에 하이트맥주 상자를 숨겨야 한다고 메모해 두었다.


 


9) 아첨에의 호소


  예문; 진실아, 시의원이 되기 위한 선거 운동을 지원해 준다면 정말 영광이겠다. 사람들은 네가 가장 믿을 만하다는 것을 알 고 있고, 나도 물론 네가 믿음이 가. 나에게는 정직하고 믿을 만한 사람이 정말 필요해. 아무도 너만큼 잘 할 수는 없을 거야.


10) 비웃음에의 호소


  “뭐, X라고? 하하하! 웃기고 있네.”


  우리들은 대부분 비웃음 당하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그러나 어떤 주장을 반박하거나 거부하기 위해 그 주장을 비웃거나, 그 주장으로부터 귀결될 것 같은 이차적 주장을 비웃거나, 아무 관계없는 농담을 하거나, 단지 그 주장을 하는 사람을 비웃는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도 주장 그 자체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사람들이 우리의 주장을 비웃을 때, 우리는 아주 쉽게 자신의 주장을 포기해 버린다.   


【예문】


  뭐? 남녀평등특별법? 좋아, 여자들이 술값을 내기 시작하면 그러지! 으하하!


 


11) 원한이나 분노에의 호소


  영구와 맹구는 승진 예정인 썰렁이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었다. 영구의 개인적 견해로는 썰렁이가 사우디 아라비아의 계약 건을 어느 정도 잘 처리했고, 그래서 그를 지지하는 편지를 쓸까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맹구는 3년 전에 영구가 승진할 때 썰렁이가 아무 것도 도와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들추어 내었다. 잊고 있던 사실을 새삼 기억해 낸 영구는 점점 화가 나서는 결국 편지를 쓰지 않기로 결심한다. 영구는 “생각해봐, 썰렁이는 사우디 아라비아 계약건에서 별로 한 일이 없었어.”라고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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