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표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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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기자료   “삶의 주인이 되는 글쓰기” – 강원국

나는 남의 눈치를 심하게 본다. 나이 쉰이 넘도록 그렇게 살았다. 이유는 모르겠다. 타고난 성격인지, 아니면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나만의 생존 방식으로 선택한 것인지. 

눈치 밝은 것이 사회생활에는 큰 도움이 됐다. 어떻게 해야 남의 눈에 들 수 있는지, 어찌 해야 눈 밖에 나지 않는지 잘 알았다. 학교 다닐 적에도 선생님이 무엇을 시험에 낼지 남보다 더 잘 눈치 챌 수 있었다. 

눈치를 잘 본다는 것은 읽기, 듣기를 잘한다는 뜻이다. 남의 생각을 잘 읽고, 말귀를 잘 알아듣는다. 말과 글을 잘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있는 것이다. 그런 결과로 상사의 의중을 잘 읽고 조직 분위기를 파악하고, 사회 흐름을 읽을 줄 안다. 한마디를 입력을 잘하는 것이다. 그러면 사회에서 출세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사회는 그런 사람을 추천한다. 시키지 않는 일도 행간을 읽고, 배경과 맥락을 파악해 알아서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덕분에 나는 기업체 신입사원으로 들어가 그 회사 회장님의 글을 쓰는 일을 하고, 또 그런 배경으로 대통령의 연설문을 쓰는 일을 할 수 있었다. 

눈치로 사는 삶은 내가 나로서 사는 것이 아니다. 남에 맞춰 사는 것이다. 나의 의견과 주장이 없다. 남의 기대와 요구에 맞춰 산다. 때로는 기회주의자가 되기도 한다. 신영복 선생님 말씀대로 읽기 듣기 삶에는 자아가 없다. 자기정체성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말하고 쓸 때 자아가 형성된다. 내 말과 글이 나이기 때문이다. 남의 말을 듣고 누가 이렇게 말하더라고, 남의 글을 읽고 어느 글에 이렇게 쓰여 있더라고 하는 말과 글 속에는 내가 없다.

5년 여 전에 위암 선고를 받았다. 오진으로 판명 나기까지 20일 가까이 마음고생을 했다. 그리고 깨우쳤다. 지금까지 내가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지 않았구나. 그저 어디 다니는 사람이란 것을 나의 정체성으로 삼고 살았구나. 말 잘 듣고 시키는 일 잘하는 사람이었구나. 그리고 다시 시작했다. 출판사 사원이 됐다. 직함이 없으니 “강원국 씨”라고 불렸다. 내가 나로서 살기 시작했다. 나를 포장할 필요도 없었다. 감출 일도 없었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됐다. 나답게 살면 됐다. 결국 글을 썼다. 

내 이름을 달고 글을 쓰기는 처음이었다. 페이스북에 글을 쓰고 <대통령의 글쓰기>를 썼다. 책을 쓰니 강연을 해야 했다. 그래야 책이 팔렸다. 내 말을 했다. 말한 것을 블로그와 홈페이지에 썼다. <대통령의 글쓰기> 출간 이후 3천 개 가까운 글을 썼다. 그것이 <강원국의 글쓰기>란 책으로 나왔다. 

우리는 말하기와 글쓰기를 두려워한다. 여러 이유가 있다. 학교 다닐 적 말하기와 글쓰기를 제대로 배우지 않는다. 말하고 쓸 시간도 없다. 읽고 들어야하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것, 낯선 것은 두렵기 마련이다. 그 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쓸 필요가 없다. 이것을 평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말을 잘하면 ‘왠지 사기꾼 같다’는 소릴 듣기 십상이다. 회사나 공직에서 글을 잘 쓸 필요는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곳에서의 글은 쓰기가 아니다. 읽기와 듣기다. 잘 읽고 잘 듣는 사람이 승리하는 경주다.

말하고 쓰기 위해서는 읽고 들어야 한다. 더 많이 생각하고 겪고 느껴야 한다. 그래야 말하고 쓸 수 있다. 하지만 읽고 듣고 생각하고 겪고 느끼는 것은 목적이 아니다. 말하고 쓰기 위한 수단이다. 다시 말해 내가 있음을, 살아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누구나 표현욕구, 인정욕구, 관계욕구가 있다. 나를 드러내고 인정받고 남과 관계함으로써 자아를 실현하고자 한다. 바로 존재욕구다. 이런 욕구는 말하고 씀으로써 충족될 수 있다. 

투명인간으로 살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우리 모두는 존재하기 위해 태어났다. 말과 글로써 존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매일 써야 한다. 읽기-듣기-생각하기-말하기-쓰기가 순환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이를 통해 내 존재를 스스로 확인하고 자존감을 느끼고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끼쳐야 한다. 그리고 글로써 내가 존재했다는 흔적을 남겨야 한다. 이것이 사는 이유이고 쓰는 까닭이다.

<영화-철학 탐구활동 과제>

☞ 영화 감상 후 QR코드 링크로 영화-철학 심화탐구활동 과제를 제출하세요.

☞ 아래의 질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으시오.

☞ [질문] 자신에 대한 소개, 또는 자신의 ‘철학’을 소개하는 글을 적어 봅시다.

☞ 과제 제출 링크  https://forms.gle/p2bgWy4bzWQhd3qG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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