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방정식>

<행복방정식> 그 천차만별 보고서 
  
한국의 행복지수는 102위… 
유년.노년기에 높고 40~50대 가장 낮아 
  
“당신의 행복지수는 얼마나 되나요? 사랑.성취감.존경심.돈…. 모두 좋습니다. 그걸 분모로 내려놓으세요. 그리고 성취한 것을 분자에 올려놓으시면 됩니다. 이것이 행복지수의 공식입니다.” 
  
일견 단순해 보이는 행복지수 공식이지만 행복에 뭘 포함해야 할지, 그 비중은 얼마나 둬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정치학.사회학.경제학.심리학.의학 등을 불문하고 학계에서는 다양한 행복 구성요소에 대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개인별로도 차이가 있다. 분자를 키워 행복을 추구하든, 분모를 줄여 행복감을 키우든 행복의 방정식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 행복은 ‘U’ 
  
영국 워릭대 앤드루 오즈월드 연구팀은 한 사람의 생애 전체를 놓고 볼 때 행복지수는 유년기와 노년기에 높고, 40~50대는 가장 낮은 ‘U자’형 곡선을 그린다고 최근 논문을 통해 발표했다. 어린 시절에는 행복하다고 느끼다가 40대에 가장 불행함을 느끼며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50대 접어들면서 우울함을 떨쳐내 70대가 되면 20대와 비슷한 행복감을 느낀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노년기에 다시 행복해지는 것은 동년배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여생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장애인과 복권 당첨자가 느끼는 행복감이 장애가 발생하거나 복권에 당첨되기 이전의 일상적인 행복감에 비례해 비슷하게 나타난다는 이른바 ‘노스탤지어 효과’까지 감안하면 행복 구성에는 과거의 가치도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 유전적 영향 
  
미국 미네소타대의 데이비드 리큰 교수가 1966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행복감을 느끼는 데 유전적 영향이 작용한다. 리큰 교수가 36~55년에 출생한 쌍둥이 4000쌍을 조사한 결과, 일란성 쌍둥이는 따로 성장해도 함께 자란 이란성쌍둥이에 비해 행복 수준이 비슷한 경우가 50%나 많았다. 인간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의 절반은 유전된다는 결론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민족성도 영향을 미친다. 경제대국이지만 전쟁의 폐허를 경험한 독일과 일본의 행복지수는 어떤조사를 살펴봐도 낮은 반면, 민족성이 낙천적인 남미 국가는 소득이 낮아도 행복 수준은 높다. 
  
▶ 감사와 용서 
  
초강대국 미국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진보의 역설’을 쓴 그레그 이스터브룩은 오늘날 미국인들은 더 나은 환경에서 살고 있지만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해법은 긍정심리학의 핵심인 ‘감사와 용서’라고 제안했다. 
  
그는 미국인들이 절망적인 제3세계 빈곤층의 실상과 비교해 자신의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감사해야 하고 용서하는 사람의 행복지수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종교의 핵심이 감사와 용서라는 점에 비춰보면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한 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프런티어컨설팅 그룹이 1800여명의 인도네시아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매우 종교적이지 않다’는 그룹의 행복지수(1~100)는 44.23인 반면, ‘매우 종교적’인 그룹의 행복지수는 52.64였다. 
  
▶ 부(富)에 대한 상반적 의견 
  
미국 MIT대의 레스터 C. 서로 교수는 ‘부의 축적’에서 “부는 인적.물적 자원의 통제는 물론, 정치적 영향력 행사까지 가능하게 한다”고 분석했다. 사회적 서열과 개인 가치를 재는 유일한 척도라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대, 부는 행복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갤럽이 130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당신의 삶은 얼마나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한 결과, 1위는 북유럽의 부국 핀란드가 차지했고, 미국, 서유럽, 사우디아라비아 등 부자 나라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여론조사업체인 입소스의 20개국 대상 조사에서 ‘자녀가 당신보다 더 행복해질 것으로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고속성장 중인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이 상위권에 포진한 반면, 독일 프랑스 등 성장이 정체된 선진국은 하위권으로 처졌다. 
  
하지만 부가 행복의 필요조건은 될 수 있어도 충분조건이 되지는 못한다. 미 미시간대 로널드 잉글하트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물질적 풍요와 주관적 행복감에는 간극이 있다. 54개국 중 행복지수 1~3위는 방글라데시, 아제르바이잔, 나이지리아였고, 독일(42위) 일본(44위) 미국(46위) 등 선진국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45~91년 사이 미국민의 소득은 2.5배 증가했지만 행복지수는 오히려 하락했고, 일본도 58~91년 소득은 6배나 뛰었지만 행복지수는 변화가 없었다. 
  
학계에서는 국민소득이 1만~1만5000달러에 이르면 더 소득이 늘어도 행복지수는 높아지지 않는 ‘디커플링 포인트’에 이른다는 ‘경제 성장의 효용체감’ 이론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교육인적자원부가 펴낸 ‘미래의 직업 2007’을 봐도 고수익을 올리는 의사는 모델을 빼면 직업 만족도가 가장 낮은 직업으로 나타났다. 
  
▶ 부탄 모델 
  
인도와 티베트 사이 히말라야 동부의 인구 100만명이 안 되는 부탄은 남한의 절반 크기에, 국내총생산(GDP)은 1400달러 수준인 빈국이다. 나라 전체에 백화점이 두 곳에 불과하고 생필품은 거의 자급자족한다. 인터넷은 2000년에야 도입됐다. 
  
그런데 이 나라 사람들, 행복하단다. 영국 레스터대 에드리언 화이트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 행복지도’ 결과, 조사 대상 178개국 중 부탄은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 복지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8위에 올랐다. GDP가 3만달러를 넘는 일본은 90위, 한국은 102위였다. 
  
부탄은 GDP 대신 
GNH(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를 국정운영의 기준으로 삼는다. 
  
생산과 소비를 주축으로 개발에 열을 올리는 다른 개도국과는 달리, 부탄은 부의 공평한 분배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이 최우선 정책과제다. 동식물 보호를 위해 전력선을 포기하고 국토 전체가 금연지역이며 국민의 행복 증진과 환경, 문화 보호를 위해 외국인 관광객을 한 해 6000명 선으로 제한하는 ‘이상한 나라’지만 전 세계는 행복으로 부유한 ‘부탄 모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류정일 기자 ⓒ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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