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관련 참고기사4-행복의 묘약은 있는가?

행복의 묘약은 있는가 2006.09.22. 제628호

감정을 느끼는 뇌의 회로를 조절해 인위적으로 행복을 만들 수 있나… 뇌의 비밀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선 몸의 좋은 습관이 결정적 비결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을 꿈꾸며 산다. 평범한 직장인 홍길동씨도 행복을 화두로 삼고 있다. 이른바 ‘행복학’ 서적들이 설파하는 “행복이란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며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라는 말을 부정하지 않는다. 어디에선가 “행복은 바이올린 연주나 자전거 타기 같은 ‘기술’”이라는 데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고, “뇌는 인간이 경험하는 모든 감정을 다루는 법을 배운다”는 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누구처럼 권력이나 명성, 성공 등에 목숨을 걸지 않아도 얻을 수 있는 행복.

» 뇌 영상술의 발달로 행복한 감정을 촬영할 수 있다. 의료진이 기능성 자기공명영상 장치로 촬영한 이미지를 살피고 있다(왼쪽).

그것이 무엇인지는 분명했다. 소박한 것에서 만족을 느끼는 상태를 바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추상적인 행복을 설명하는 과학은 없는 것일까.

어떤 이는 육체적겵ㅍ탔岵?상태가 위협받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고자 애쓰고, 다른 이는 삶의 조건에 만족하면서 좋은 느낌을 간직하려고 한다. 그가 경험한 행복한 기분은 시시때때로 다른 것이었다. 오래된 자료에서 그는 행복의 ‘비결’을 엿보기도 했다. <영국의학저널>의 웹편집인 토니 델라머더는 “기혼자가 미혼자에 견줘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해 3년 정도 오래 산다”면서 “개인의 행복지수에서 가족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낼 것, 자신의 처지에 대해 생각하거나 남과 비교하기보다는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 등을 권했다. 이런 대답이라면 박사가 아닌 그도 생각할 수 있는 것이었다.

신경이식술, 뇌질환 일으킬 수도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행복은 뇌에서 만들어진다”는 말에 빠져들었다. 뇌와 마음을 연결하는 다리를 찾는 뇌과학자의 실험실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했다. 연구자들은 기억과 움직임, 감정들과 관련된 화학·전기적 경로를 추적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알츠하이머나 헌팅턴병 등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식별하게 됐고, 다발성경화증과 간질 등에 관한 새로운 치료법이 제안됐다는 말을 들었다. 차츰 의식의 본질을 꿰뚫는 연구도 성과를 내고 있었다. 여기에서 행복의 실체가 뇌에서 발견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놀랍게도 고정된 메모리와 연산능력의 하드웨어로 여겼던 뇌가 오류를 스스로 복구하는 능력을 지녔다고 했다.

언젠가 뇌 질환을 정복하면서 기억을 되살리고 지적 능력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하긴 했다. 그가 생각한 것은 인위적인 ‘신경이식술’ 같은 미래의학이었다. 그런데 스스로 치료하는 뇌라면 감정을 재구성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았다. 특정 인자로 신경 생성을 유도하면 몸은 물론 감성의 영역도 제어할 수 있으니 말이다. ‘건강에다 행복까지 덤으로 얻다니’라는 상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큐리스사가 신경 생성을 조절하는 저분자 물질을 만들고 있다는데 건강한 자신에겐 효용성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뇌는 정교한 균형 상태를 좋아하는데 자칫 과도하게 신경이 생성되면 종양이 생기거나 뇌질환에 노출될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행복에 빠질 수는 없을까. 그것도 뇌과학자에게 도움을 받아야 했다.

» 일주일에 3회가량 운동을 해도 뇌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을 많이 만들 수 있다.

‘뇌 연구 10년’ 같은 연구 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인간의 두뇌에는 기쁨과 즐거움, 환호를 위한 회로들이 설치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쏟아졌다. 다시 말해 태어날 때부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장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행복은 ‘마음’이 아닌 ‘머리’로 느끼는 것으로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무슨 말인지 알 것도 같았지만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뇌자극기를 개발하는 이명호 박사에게 연락을 했다. 이 박사는 “뇌에 암호화돼 있는 인간의 감정이 서서히 풀리고 있다”면서 “뇌의 연결망에서 수시로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몸의 상태를 조절하면 행복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몸과 뇌의 복잡한 연결고리

역시 행복은 간단하지 않았다. 행복의 감정이 육체적 느낌에서 온다는 말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아이오와대학의 뇌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시오는 양전자방사단층촬영(PET)을 이용해 감정에 따른 뇌의 변화를 추적해 행복의 경로를 추적했다고 한다. 완전히 밀폐된 공간에 묶인 실험자들이 행복이나 슬픔 등에 관한 기억을 떠올렸을 때 몸의 움직임에 따른 반응이 머릿속에 나타나 촬영을 했던 것이다. 이때 대뇌에서 육체적 느낌을 가공한 뒤에 의식으로 남기는 과정이 포착됐다고 한다. 육체가 행복한 상태에 도달했을 때, 뇌가 이를 감지하고 행복감에 이르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육체적 느낌이 있어야 뇌 신경이 반응하면서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셈이다.

그는 몸과 뇌의 연결고리라는 게 의심스러웠다. 그에겐 좋은 기억만 떠올려도 행복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도 이유는 있었다. 때론 뇌간이 육체적 느낌을 가장해 행복한 느낌에 빠지게 한다는 것이었다. 누구나 행복한 감정을 인위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말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뇌가 불안이나 공포 같은 특정 사고 패턴을 회피하도록 하는 것도 있었다. 만일 컴퓨터 게임으로 긍정적인 보상을 얻는다면 뇌에 인위적인 행복 시스템을 설치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 행복에 빠질 때의 뇌

그런데 뇌에서 ‘시냅스’라는 신경가닥이 광범위하고 다채롭게 연결돼야 감정 상태가 지속된다고 했다. 일시적으로 느낀 쾌락은 행복 시스템에 깊은 영향을 끼치지 못하지만 꼬인 뇌 회로를 복원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했다.

어쨌거나 행복한 감정을 경험하는 순간 뇌에서 다양한 반응이 일어난다는 게 신기했다. 대체로 외부의 자극이나 정보에 의해 행복에 관련된 의식의 창이 열리면 도파민 같은 뇌의 신경전달 물질이 생성된다. 이 물질은 뇌의 다양한 영역에서 생성돼 기쁨으로 충만한 뇌의 상태를 드러낸다. 미국 에모리대학의 신경과학자 그레고리 번스는 “도파민은 ‘새로움’을 추구할 때 분비된다. 새로운 것을 찾으면 도파민이 계속 분비돼 기분이 좋아지고 만족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런데 뇌의 행복 시스템에도 오류가 발생하고 있었다. 예컨대 새로움을 탐닉하려는 뇌의 회로와 도파민의 협력작용으로 바람둥이가 되고, 만족감에 대한 욕망이 지나치면 쇼핑겲仙?중독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가 애연가인 것도 따지고 보면 뇌의 오작동이나 마찬가지였다.

안타깝게도 그가 찾는 ‘행복의 과학’은 오리무중으로 빠지고 말았다. 차라리 행복을 방해하는 것들을 찾는 게 빠를 것 같았다. 인간의 뇌는 행복의 쾌감보다 불행의 경험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프로그래밍돼 있으니 말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기쁨을 느낄 때보다 화가 나거나 슬픔을 느꼈을 때 반응이 빠르게 나타나는 듯했다. 실제로 몸은 행복한 감정보다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이 빨랐다. 순식간에 몸의 항상성이 깨지면서 부신에서 에피네프린과 글루코코르티코이드(일명 코티솔)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근육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혈압을 상승시켜 산소가 빨리 공급되도록 했다. 뇌는 행복의 순간보다 불안이나 강박증, 신경쇠약 등을 즐기는지도 몰랐다.

스트레스 호르몬을 줄여라

뇌는 기분 좋은 감정을 조정하는 중앙본부라고 한다. 아직까지 감정의 비밀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뇌에 새로운 행복 시스템을 깔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뇌가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스트레스를 감당하느라 도파민을 분비하지 못하는 사태만은 막아야 했다. 몸까지 망가뜨리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순간의 행복을 느끼는 것은 과학의 법칙에 의존할 일이 아니었다. 일주일에 30분씩 3회 정도 운동을 하고, 식물이나 동물을 키우고, 낯선 사람에게 미소를 짓는 여유만 있어도 행복이 뇌에 파고들게 마련이니 말이다. 행복이 연습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몸의 좋은 습관이 결정적인 작용을 할 수밖에 없다.

참고 도서 1. <만족> 그레고리 번스 지음, 북섬 펴냄. 2. <행복: 영국 BBC 다큐멘터리> 리즈 호가드 지음, 예담 펴냄. 3. <미친 뇌가 나를 움직인다> 데이비드 와이너 등 지음, 사이 펴냄. 4. <행복의 공식> 슈테판 클라인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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