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교실 1차시-3


= 사람은 각자의 필터로 인식한다.

– 사실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 결국 어떤 일이든 자신의 인식이라는 필터를 거쳐 이해하고 해석한다.


– 그 모든 배움(경험이나 지식)을 각각 자기 나름대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다른 주제를 다루기에 앞서 사람마다 인식 방법이 얼마나 다른지, 그리고 우리 자신은 사물을 어떤 식으로 파악하는 유형인지 등에 고나해 먼저 다뤄 보자.


– 인식이 다르면 진실도 다르다.


– 세상에는 우리가 ‘이것이야말로 진실이다’, ‘당연히 이것이다’라고 의심 없이 믿는 것을 완전히 다르게 인식하는 사람도 있다는 말이다. 사람은 똑같은 정보를 얼마나 다르게 인식하는가? 우리는 사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인식하는 유형일까?


1. 우리가 보는 건 모두 믿을만 한가? 


정확한 문제 인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이유는 문제 해결을 위해선 무엇보다 문제가 정확하게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 그러면 문제 인식이 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다양한 대답들을 마련해 놓고 있다. 예컨대 편견, 선입견 등을 야기하는 고정 관념이나 문화적 차이 그리고 문제에 대한 불확실한 정보, 조급한 마음, 위험에 대한 두려움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런 요인들을 단순히 열거하고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흔히 많은 사람들이 정확한 문제 인식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고정관념’을 꼽고,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는 있다. 하지만 고정관념이 어떠한 경로를 거쳐 어떠한 맥락 속에서 형성되는지를 간과한 채, 그저 고정관념의 타파가 중요하다고만 한다면, 그것은 그저 공허한 선언 이상의 실질적인 의미를 갖지 못한다. 이런 점에서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고정 관념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개인적 차원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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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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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 1에서 누구는 색소폰을 부는 남자를, 누구는 여인의 얼굴을 먼저 발견하곤 한다. 마찬가지로 위의 그림 2에서 어떤 사람은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어떤 사람은 할머니의 옆모습을 먼저 발견한다. 이러한 사실은 동일한 것이라 하더라도 항상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보는 관점에 따라 달리 보인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누구나 한번쯤 해 봤음직한 경험 중에 하나는 사이다 병에 들어있는 보리차나 심한 경우 동생이나 조카의 오줌을 마셔보는 일이다. 사이다 병에 들어 있는 것이 당연히 사이다일 것이라고 생각한 과정은 과거의 경험이 우리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우리가 문제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이는 우리의 지각이 항상 우리에게 올바른 정보만을 제공해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몇 번 외국에 나가 본 사람이 ‘중국 사람들은 어떠하다’, ‘미국 사람들은 어떠하다’하는 말을 하곤 한다. 이를 일반적으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하는데 이 또한 개인의 경험에 유래한 오류이다. 이러한 오류의 문제점은 단순히 그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뿐만 아니라, 한두 번의 경험이 고정 관념이 되어서 새로운 것을 볼 때도 지속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한다는 것이다. 

  습관에 의해 형성된 고정관념이 문제 인식의 방향을 결정해 버리는 경우도 많다. 성호 이익도 이런 점을 꼬집은 적이 있다. 그는 『성호사설』10권에서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마치 먹물이 오랜 시간 동안 벼루에 배게 되면, 모두 씻어 낼 수 없는 것처럼 습관이 된 생각이나 행동을 바꾸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토로하였다. 한때 이익은 몇 년 동안 북쪽으로 머리를 두고 자다가, 자리를 바꿔 남쪽으로 머리를 두고 자기 시작했는데 밤중에 잠이 깨면 꼭 남북을 착각하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물을 보는 관점, 반복된 경험, 익숙한 습관 등으로 형성된 개인적 차원의 고정 관념은 정확한 문제 인식의 방해 요인이 된다. 



(2) 사회적 차원


  고정관념은 개인적 차원만이 아니라 집단적·사회적 차원에서도 발견된다. 예컨대 우리는 이야기를 하다가 잘 통하지 않을 때,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라는 말을 쓰곤 한다. 이때 상식에 호소하는 이유는 상식을 서로 대화가 잘되지 않는 사람들 간에도 통용될 수 있는 일반적인 기준이라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상식이라는 것도 자세히 살펴보면 자신이 한 사회에서 성장하면서 습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고 체계로서의 사회적 통념에 불과하다. 

  게다가 사회적 통념은 개인의 생각과 상호 작용을 한다. 사회적으로 오래된 관습이 내 생각에 영향을 주고, 우리는 그것을 ‘당연하다’ 혹은 ‘자연스럽다’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다시 우리들의 생각과 생활 방식들이 모여 사회적 통념을 형성한다. 그런데 이렇게 한 시대, 한 사회에서만 통용되는 사회적 통념을 ‘누구나 다 지켜야 하는 것’,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 등으로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한때 우리는 ‘삼종지도(三從之道)’라 하여 여성은 어려서는 아버지를 따르고, 결혼해서는 남편을, 남편이 죽은 후에는 아들을 따라야 한다고 믿어왔다. 이것은 당시의 남성 중심적 사고를 드러내는 사회적 고정 관념일 뿐이다. 이처럼 한 시대나 한 사회에서 그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덕목이나 상식 중에도 집단적 경험이나 사회적 통념에 의한 고정 관념에 불과한 것이 많다.  

  이러한 집단적 차원의 고정 관념은 심지어 국운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의 인식을 방해하기도 한다. 유영익의 『한국근대사론』에는 이에 관한 흥미로운 예가 담겨 있다. 1882년 조미조약(朝美條約)을 체결한 후 조선은 미국을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워했다. 그것은 당시 조선의 위정자들이 미국을 영토욕이 없는 부강국이며 약자를 돕는 나라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 결과 조선은 조선이 위기에 처하면 미국이 당연히 도와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에 따라 조선은 청일 전쟁이나 러일 전쟁 등 여러 번의 위기 때마다 미국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미국의 반응은 차가웠다. 이와 같은 국제 정치의 냉정한 현실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조선의 위정자들이 미국의 대외 정책의 기조를 잘못 파악한 데 있다. 즉 당시 미국의 외교 정책은 경제적 교류 이상의 동맹 관계를 맺는 것을 꺼리고 있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당시 조선에 나와 있던 선교사의 이미지를 미국의 이미지로 간주함으로써, 미국이 조선을 어려움에서 구해 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다. 



  (3) 언어적 차원


  사회적 통념에 의한 고정 관념 중 특수한 형태로서 언어에 의한 고정 관념이 있다. ‘대통령’(大統領)은 영어 ‘president’를 번역한 말이다. 그런데 영어 ‘president’는 어원상 ‘앞에 앉아 있는 사람’, 다시 말해 민주적 의사 결정 과정의 회의를 주재하는 의장을 의미한다. 반면 우리가 생각하는 대통령이라는 말에는 ‘국가를 통치함에 있어 가장 큰 명령권을 가진 사람’이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이를 통해 볼 때 우리나라에서는 회의를 주재하는 사람으로서의 대통령 이미지보다는 명령권자로서의 대통령의 이미지가 강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언어에 의한 고정관념의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예를 들면 ‘과부’, ‘결손 가정’ 등은 이들을 폄훼하는 의미를 반영하고 있는 용어로, 이러한 표현을 사용하는 우리의 시각을 다시 편파적이게 한다. 또한 ‘좌익과 우익’, ‘보수와 진보’는 사회를 보는 우리의 시각을 대립적으로 만들며, ‘극동’, ‘근동’, ‘근대화’ 등은 우리를 서구 중심의 사고로 몰아간다. 또한 ‘동무’는 원래 ‘친구’와 같은 의미였지만 분단 이후 남과 북에서 그 의미가 각기 달라졌다. 이처럼 시대에 따라 그 의미가 변하는 언어의 특성과 언어를 통한 우리의 사고 과정에 대한 비판적 반성이 없다면, 우리의 사고는 그런 표현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영향 받기 쉽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것을 제대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혹 나의 경험이나 지각이 현상을 잘못 보게 하지 않는지 반성하며 정확하게 보도록 노력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현상을 나타내거나 설명하고 있는 용어가 그것을 편협하게 표현하고 있지 않은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4) 고정관념과 개방성


  이러한 고정관념에 단지 개인의 누적된 경험이나 한 사회의 역사적 경험들만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당시를 지배하는 사상이나 도덕 혹은 가치관, 더 나아가 한 사회의 질서 체계를 형식적으로 규정하는 법 역시 우리의 고정관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정에 빗대어 우리를 구속하는 것은 모두 고정관념이므로 무조건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것은 오히려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것이다. 자신에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라고 해서 그저 그 방식대로만 사고하거나, 혹은 과거나 현재에 실제적인 구속력을 가지고 있는 사고 체계라 하여 무조건 부인하려고 하는 편협한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떤 것이 ‘편협하다’ 혹은 ‘극단적이다’라고 하는 것은 곧 ‘비판을 허용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우리가 ‘고정관념’이라는 말을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폐쇄성 때문이다. 이런 폐쇄성은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기 어렵게 만드는 방해 요인이다. 따라서 정확한 문제 인식을 위해서는 개방적 태도가 중요하다. 






 【생각하기 1】착시현상을 경험한 후의 소감을 적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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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하기 2】위의 글을 참고하여 정확한 문제인식을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할 태도나 생각습관들을 정리하여 적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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