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도의 인생을 바꾼 명대사>존중해주는 분들이 생겼어요 (I got people respecting me)
경영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톰 피터스가 자기계발서를 냈습니다. 제목은 ‘리틀 빅 씽(The Little Big Things)’입니다.
제목이 암시하듯 이 책은 ‘사소함(little)이 만드는 위대한(big) 성공법칙 163개’를 소개합니다. 성공과 실패의 사례들을 분석한 그만의 통찰이 예리하며, 보배로운 경구와 지혜의 메시지들은 마치 가을걷이 직후의 곳간을 닮았기에 읽는 내내 그 곳간을 통째로 손에 쥔 기분이었습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성공법칙들의 핵심은 ‘기본에 충실하라’인데요, 우리가 특히 소홀히 하기 쉬운 기본기인 경청(listening)과 존중(respect)의 위대함을 설파하기 위해 저자는 ‘존중’을 쓴 하버드대의 교수의 일화도 소개합니다.
“내 아버지가 존중받는 이유는 먼저 존중을 나누셨기 때문이다(Dad gained respect by giving it). 아버지는 구두닦이를 하는 초등학교 4학년 학생과 대화를 나눌 때도 목사님이나 대학 총장에게 이야기를 듣는 것과 똑같은 태도로 말하고 경청하셨다.” 이 사례를 통해 톰 피터스는 “최고 단계의 존경의 표시는 경청이며, 그 이유는 경청하는 사람의 마음과 영혼은 친절하고 사려 깊기 때문(Listening is the ultimate mark of respect. Listening is the heart and soul of kindness and thoughtfulness)”이라고 힘주어 말합니다.
이처럼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건 인정받는 일(The deepest human need is the need to be appreciated)’임을 몸으로 실천한 여성이 있습니다. 에린 브로코비치(Erin Brockovich)입니다. 동명의 영화 주인공인 에린(줄리아 로버츠)은 단돈 16달러뿐입니다. 혼자 어린 두 아이를 키우는 그는 고졸 학력에다가 변변한 자격증도 없습니다. 뭐든 닥치는 대로 해야 했던 그에게 때마침 ‘아주 작은’ 일감이 생깁니다. 법률사무소에서 서류를 분류하는 잡무입니다. 그런데 하루는 변호사들이 거들떠도 안 보며 처박아 둔 파일에서 ‘아주 큰’ 냄새를 맡습니다. 미국 서부의 에너지 회사인 PG&E가 집요하게 사려는 땅이, 그 회사가 몰래 방출한 유해물질이 발견된데다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크롬에 중독됐다는 걸 알아낸 것이지요.
에린은 오염지역의 모든 가정을 찾아다닙니다. ‘변호사들은 뒤통수나 치고, 고혈을 빨아먹는 인간쓰레기들(All lawyers are back stabbing, blood sucking scum bags)’이라고 생각해왔고, 마을 사람들도 다 그렇게 여기고 있다는 걸 느낀 에린은 주민들에게 가족처럼, 친구처럼 다가가 귀를 활짝 엽니다.
그들의 사연과 속내를 경청하고 또 경청합니다. 먼저 존중을 나누어 주는 에린의 태도에서 친절하고 사려 깊은 마음과 영혼을 읽은 주민들은, 덩치가 제법 큰 보상조건을 제시하며 회유하는 PG&E와 합의를 볼까도 생각했던 마음을 고쳐먹기 시작합니다.
한편 에린의 보스는 자신의 법률사무소가 얼마나 작은지를 상기시키며 결국 골리앗과 벌이는 무모한 싸움이 될 것이므로 포기하자고 합니다. 반면 에린은 요지부동입니다. “난생처음으로 절 존중해주는 사람들이 생겼어요. 그러니 제발 그만두라고 하지 마세요(For the first time in my life, I got people respecting me. Please, don’t ask me to give it up).” 이 말에 감동한 보스도 소매를 걷어 올립니다. PG&E와 일전을 벌이기 위하여…!
작가·외화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