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구체적 사물로 표현하기-2015년 샘플2

나는 동굴이다.

빛이 통하지 않는 동굴은 모험의 공간이다. 그러나 그 어둠에 의해 선뜻 들어가길 꺼리고, 소름끼치는 바람소리는 짐승의 울음소리와 같이 스스로도 외부인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동굴이 매혹적인 것은 어둠에 가려졌던 대자연의 장경들이 무지에서 깨어나듯, 안개가 걷히듯 황홀경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동굴을 만드는 것은 하나뿐만이 아니다. 무너지고, 녹고, 깍이고… 복잡한 요인들은 그 동굴을 유일하게 만든다.

 

나는 친구라는 말을 사용하는데엔 구두쇠와 같은데, 더구나 나는 다가오는 사람에 대해 무관심하고, 나아가 무심하게 구는 까닭에 나는 대인관계에서 그 예의 모범이 되진 못한다. 항상 자기 세상에 떠다니며-오히려 표류라고 하는게 더 괜찮을 듯 하다. 점점 사람과 단절되어가고, 스스로는 더욱 깊은 수심에 잠겨 가는 것인데, 이는 동굴이 점점 침식되어 더욱 깊어지는 것과 비슷한 것으로, 그저 작은 균열이 점점 크게 아가리를 벌려 빛을 삼켜버리는 것, 그리고 베베 고여 미로와 같아지는 것이다.

 

나의 존재는 물질이 아닌 그 빈 공간으로, 어떻게 얼마나 상처받고 버티었는지가 나를 만든다. 그러므로 나는 과거보다 좁아지진 않으니, 내 속엔 여전히 과거를 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 때로는 종유석이 천장에서 점점 자라 내려오면 이도 완전히 옳은 말은 아닐 듯 하다. 고로 이것들은 완전히 규정할 수 없음이 가장 나의 이상이자 나 자신임을 동굴로 비유한 까닭이다.

 

 

 

나는 지우개이다.

나는 쉽게 구부러지지만 금방 다시 내 모양을 찾는다. 나는 지우개가 그러하듯 남의 틀린 점을 고치기 좋아한다. 나는 구멍이 뚤리고 지저분해지더라도 무언가를 지워내 의무를 다한다. 가끔은 지우개 가루를 남겨 남들을 번거롭게 할지 몰라도 연필을 쓰는 이의 꼭 필요한 도움이 된다. 또한 많은 사람이 갖고 있듯 나는 누구에게나 친근하며 가까이 하기에 어려움이 없는 사람이다.

답글 남기기